모두의연구소와 카카오임팩트가 함께 만드는 테크포임팩트 커뮤니티의 DVA 랩(Drone Video Analysis LAB 드론 영상 분석 랩) 2기에 서비스팀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참여해 9개월동안 활동안 후기를 써보고자 한다.
구현하면서 경험한 기술이나 겪은 트러블 슈팅은 별도의 포스팅으로 작성될 예정이다.
사이드프로젝트는 많은 직장인 개발자들의 로망이지만, 혼자 하면 진도가 더디고, 여럿이서 해도 흐지부지가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심지어 동아리에 지원하며 과제를 제출하고 면접을 통과해서 팀을 꾸려도, 모두가 정해진 아이디어에 열정을 느끼고 적극적으로 활동해서 결과물까지 가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2024년 4월, 확실하게 산출물이 결과로 나오는, 그리고 나도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사이드프로젝트가 없을까 고민하던 찰나였다. 그때 모두의연구소에서 DVA (Drone Video Analysis) LAB 2기 서비스팀 모집 소식을 알게 되었다.
테크포임팩트는 카카오임팩트와 모두의연구소가 함께 만드는 커뮤니티로, 문제를 가지고 있는 비영리 단체와 기술을 가지고 있는 개발자들이 만나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 중 DVA 랩의 목표는 제주남방큰돌고래 서식지 보호를 위해 AI를 활용하여 드론 영상을 분석하는 웹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다.
이미 1기 활동을 통해 프로토타입을 구현해 가능성을 확인했고 2기를 통해 실제 웹 서비스를 구현하려고 하는 상태였다.
이 랩 활동은 비영리 단체를 위해, 또 서버와 모임공간 등을 지원을 받기 때문에 반드시 산출물이 나와야 하며, 개인적으로 열정을 가질 수 있는 목표로 내가 원하는 사이드프로젝트에 정확히 부합했다. 나는 지능이 높은 돌고래를 수족관에서 보는것에 반대해 오키나와에 여행을 갔을 때도 일행이 가기로 한, 화려하기로 유명한 씨사이드수족관에 가지 않고 일행을 기다리며 자전거를 대여해 해안가도로를 달리고 고양이와 놀았던 기억이 있다. 사실 작은 행동이지만 그 한번의 행동으로 인해 내면에 물살이에 대한 가치관이 확실히 자리잡은 경험이었다. 마음의 안정을 찾을 때 꼭 끼곤 하는 반지도 돌고래 한쌍으로 이루어진 반지다. 이래저래 돌고래를 구하는 프로젝트의 프론트엔드 개발자는 꼭 내가 되고 싶었다.
공고에 나온 대부분의 요건은 충족했고, 현업에서 인터렉티브 콘텐츠와 3D AR에디터를 개발하면서 캔버스를 사용한 경험도 있었다. 다만 조금 걸리는건 지원한 당시에는 3년차 개발자고 경력이 만 3년이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너무 간절한 마음에, 일단 지원하고 랩장님과 커피챗 형식의 화상 면접을 보게 되었다.
면접 때는 랩장님이 서비스 기획 초안을 보여줬는데, 영상 처리, 캔버스를 통한 시각화, 어드민까지... 한명의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사이드 프로젝트로 6개월 안에 구현하기엔 무리가 있는 양이었다. 그래서 (합격한 상태도 아니지만) 한명만 뽑으면 안되고, 최소 두명이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말씀드린 기억이 있다. (후에 랩장님이 그 얘기를 활동 시작 전에 들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하셨다.. 더 뽑아도 좋았을 듯)
나는 지원 동기로 위에 서술한 돌고래에 대한 애정을 말씀드리고, 사이드프로젝트에서 지켜지기 힘든 부분이지만 스프린트 단위와 태스크 산정 기반의 협업 방식을 제안드렸다. 그런 방식이 내가 잘 일할 수 있는 환경이기도 하고, 실무에서 그런 협업 환경에서 좋은 퍼포먼스를 낸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과는...
합격!!
그리고 5월 7일 화요일 오후 7시 30분 모두의 연구소 강남캠퍼스에서 첫 OT를 진행했다.
정해진 일정 안에 기획, 디자인, 서비스와 어드민 개발, AI 모델링까지 모두 이뤄져야 했기 때문에 논의할 게 상당히 많았다. 합류한 디자이너 분이 현업에서는 기획자로 일하고 계셔서 기존 기획을 검수하고 디자인도 하시느라 정말 일이 많았고, 프론트엔드는 우선 캔버스 시각화와 영상 트림 등 기술 검토 위주로 작업을 시작했다.
- 디자이너 분이 기획 검토를 하고 추후 유저 가이드까지 (정말 완벽하게) 작성해주신 점이나,
- 디자이너 분이 어드민 디자인까지 하기엔 너무 시간이 촉박해 다른 프론트엔드 개발자분이 라이브러리를 활용해 어드민 디자인을 직접 정하고 구현한 것,
- 그리고 프론트 일손이 부족하자 랩장님이 뛰어들어 AI를 활용해 디자인 위주의 화면을 구현한 것,
- AI팀의 모델 반영에서부터 프론트 서빙까지 중간 다리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한 백엔드 개발자 분.
- 마지막 시기에 노션에 131개로 기록된 버그들을 랩장님과 둘이서 다 쳐낸 나의 경험까지..
모든 사람들의 노력으로 사이드프로젝트가 조금씩, 조금씩 모습을 만들어나가는게 정말 인상깊었다.
또 한편으로는,
참 쉽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기본적으로 회사에서 8시간동안 서비스 개발을 하고 또 퇴근 후 다른 서비스 개발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고, 화요일마다 퇴근 후 강남에서 열띤 기획과 기술 논의를 하고 집에 오면 진이 다 빠졌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점으로는, 매주 화요일 미팅인데, 보통 팀원들이 주말에 시간을 많이 내다 보니 그 즈음 되면 기억이 휘발되어, 또 다시 소통을 해야하기도 했고, 다들 각자의 생활이 있으니 내가 지금 시간이 나더라도 다른 팀원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응답이 올 때까지 대기할 수 밖에 없었다. 후에 들은 것은 랩장님은 이런 상황에서 본인만은 병목이 되지 않도록 최대한 빠르게 응답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했고,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그 결심을 지켜주셨다. (정말 대단해..)
시간이 지나면서 더 이상 이 프로젝트가 피치 못할 이유로 본인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게 된 팀원도 생기고, 다들 저마다 기력을 소진하며 일시적으로 동기부여를 잃고 속도가 더뎌진 순간들을 겪었던 것 같다.
그러나 동기부여가 된 두가지 순간이 있다.
첫번째는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 MARC에서 우리가 해결하고자 하는 남방큰돌고래 불법관광선박문제에 대해 발표를 통해 알려주신 경험이다.
발표를 통해 다음과 같은 감명깊은 또는 충격적인 사실들을 알 수 있었다.
- 남방큰돌고래들의 지느러미로 개체를 구분할 수 있다는 사실과 실제 제주도에서 서식하고 있는 가족 돌고래의 이름들
- 낚싯줄과 그물 쓰레기에 지느러미와 꼬리가 얽혀 잘릴 위기에 처한 남방큰돌고래 종달이와 그 구조 작업 과정
- 불법관광선박이 어떻게 남방큰돌고래의 움직임을 제한하고 돌고래 생태계를 파괴해 개체수가 줄어들게 하는지
발표를 들으면서 목이 조금 메일 정도로 돌고래들이 처한 상황이 충격적이었다.
남방큰돌고래들이 먹이활동이나 육아를 하고 있을 때 관광선박이 가까이 오면, 돌고래들은 도망가거나 어린 돌고래들의 경우 호기심에 배에서 나오는 파도를 올라타려고 따라가게 된다. 돌고래들의 가진 에너지와 생태계는 그들이 원래 해야하는 활동들이 잘 이루어져야 유지될 수 있는데, 끊임없이 돌고래를 보면 가까이 가려고 돌진하는 관광선박에 지속적으로 그 에너지와 개체수를 잃어가고 있었다.
발표에서 MARC의 해양동물 생태보전에 대한 열정도 그대로 전해져왔다. 내가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게 되면서, 마음이 무거워질 정도로 동기 부여가 강하게 된 순간이었다.
두번째는 우리가 개발한 서비스를 실제 사용할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 MARC와 돌고래돌핀스를 만나 서비스를 사용해보게 하고 피드백을 듣는 유저테스트를 진행하고, 직접 돌고래 관광의 현장을 보러 제주도에 필드 트립(=출장)을 간 경험이었다.
(2편, 필드트립 편으로 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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